[글로벌 시대] ‘마지막 뉴프런티어’ 아프리카/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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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7-28 00:00
입력 2008-07-28 00:00
과거 어느 논평가는 아프리카의 지형이 해골 모양이라고 혹평하였다. 아프리카가 끊임없는 기아와 질병, 참혹한 전쟁과 독재에 시달리는 것은 숙명적이라는 뜻이다. 사실 서구열강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는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독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서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이데올로기의 각축장이 되었고, 경제적으로 저성장, 최빈국의 대명사였다. 아프리카가 후진경제를 탈피하지 못한 이유는 정정불안, 낮은 교육수준과 인프라 미비, 자본부족과 기술낙후, 천연자원과 농산물의 가격탄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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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 대표
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 대표
아프리카에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단, 짐바브웨 등 일부를 빼고는 전반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이다. 최근 에너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 폭등세는 천연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에 오히려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혁명은 검은 대륙에도 밀어닥쳐서 선진 사회의 지식과 변화를 실시간대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디지털화를 젊은 세대가 선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도야코 G8 정상회의는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기로 합의하였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5월 도쿄에서 개최된 일·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아프리카 40개국 정상들과 마라톤 회담을 가지고 ‘21세기는 아프리카의 세기’라고 지적하였다. 중국은 일찍이 아프리카를 중시, 대규모의 원조를 퍼붓는 한편 후진타오 주석을 위시한 최고지도자들이 매년 아프리카를 순방하여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 수입액은 지난 5년 동안 7배나 늘었고 수십만의 중국인들이 진출하여 실리를 챙기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인도마저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강화하는 까닭은 전략적으로 부쩍 중요해진 아프리카의 자원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제 한국도 국제사회의 뉴프런티어로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과 진출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13위 경제대국이라고 자처하면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우리의 여건상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대규모 원조는 어렵다. 따라서 대 아프리카 협력은 차별화된 한국형 대외원조의 원칙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인류 공영과 도덕성에 기초한 원조정책을 펴야 한다. 일부 국가와 같이 자원과 시장 확보라는 편협한 국익 차원이라면 과거 서구열강의 식민정책과 다를 바 없다.

둘째, 개도국의 자조자립을 지원하는 윈-윈 협력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가용재원이 제한된 우리나라는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회해야 한다. 식량, 의약품 등 소모성 원조보다 기술이전과 투자를 촉진하는 윈-윈 협력을 특화해야 한다.

셋째,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대외원조를 주관하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다양한 민간 주체와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주도의 대외협력이 강조돼야 한다.



넷째, 우리의 젊은 세대가 주역이 되어야 한다. 지난 6월 초 서울에서 외교통상부 주최 제2차 ODA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유엔 등에서 참석한 외국 전문가들은 회의장을 가득 메운 젊은 학생 청중의 열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수많은 국제회의에서 한국처럼 젊은 층이 대거 참석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젊은 세대의 고상한 정열이 계속 발전되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형편이 어려운 아프리카 등 개도국을 뉴프런티어로 여기고 도움의 길로 나설 때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갈 뿐 아니라 장래도 밝다.

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사무소 대표
2008-07-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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