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삼성 특검 유감/장형우 사회부 기자
수정 2008-04-21 00:00
입력 2008-04-21 00:00
삼성특검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특검팀은 자평한다. 이건희 회장을 기소하고, 삼성본관과 이 회장의 개인 집무실인 승지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종전 검찰 수사에서 없었던 특검의 성과라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2004년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당시 삼성이 ‘이건희’와 ‘삼성본관’이라는 두가지 성역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를 잘랐던 일을 떠올리면 특검팀의 전과(戰果)를 애써 무시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개운찮다.4조 5000억원대의 자금은닉과 1000억원대의 조세포탈은, 조준웅 특검 스스로 밝혔듯이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조 특검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개인적인 탐욕으로 볼 수 없는 개별적 특수성” 등을 이유로 ‘불구속’ 결정을 내렸다. 천문학적 액수의 배임과 조세포탈을 저질러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범죄자를 구속시킬 수 없다는 것이고, 그 목적이 자식에게 기업의 지배·경영권을 넘겨 주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검의 논리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여전히 믿고 싶어하는, 정직하고 힘없는 서민의 잣대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어 보인다.‘떡값 검사’를 대신해 ‘성역’과 ‘금기’를 무너뜨리도록 주문받은 특검이, 지극히 주관적인 경제 논리와 법 해석으로 범죄자에게 면죄부와 시혜를 베풀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로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 태생’이라는 특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일반 서민으로서는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은 국내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며, 이 회장은 세계적인 인물이다.”이 회장 변호인이 아니라 특검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엄정하고 공평한 법 집행은 아직도 요원한 일인가.
장형우 사회부 기자 zangzak@seoul.co.kr
2008-04-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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