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로컬 룰/황성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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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기 기자
수정 2008-02-14 00:00
입력 2008-02-14 00:00
빨강·노랑·파랑의 근대적 자동 교통신호등이 도입된 것은 100년도 채 안 된다.‘진행’을 의미하는 파랑과 ’정지’의 빨강 외에 ‘주의’를 뜻하는 노랑이 추가된 것은 1920년대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였다. 세가지 색깔이 갖는 뜻은 만국 공통인 ‘제너럴 룰’이다. 하지만 운용 체계는 우측통행을 하는 한국과 죄측통행을 하는 일본이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빨강불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정지해야 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 도로에선 우회전이 가능하다. 이런 ‘로컬룰’을 잘 모르면 딱지를 떼는 것은 물론이요, 큰 사고까지 낼 수 있다.

골프도 영국왕립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의 규칙인 제너럴 룰이 있지만 골프 코스 등의 특성에 따라 로컬룰을 둔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미 LPGA투어 하나은행 코오롱 챔피언십 대회 1라운드 16홀까지 2언더파로 선두권을 달리던 박세리도 로컬룰을 착각해 더블보기를 범했다. 페어웨이가 비정상일 경우 볼을 들어 올려 닦은 뒤 칠 수 있다는 로컬룰에 따라 박세리는 수리지에 떨어진 공을 닦기 위해 집어 올렸다. 그러나 그 지역은 페어웨이가 아니라 로컬룰이 적용되지 않는 러프여서 결국 1벌타를 받았다. 여자 프로배구에서 도입한 ‘백어택 2점제’도 세계에선 통용 안되는 한국만의 로컬룰이다. 남자배구 같은 박진감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여자에겐 어려운 백어택에 1점을 얹어줬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 아시아 3차 예선의 남북대결을 놓고 북한이 로컬룰을 주장하고 있다. 다음달 26일 평양 경기에서 남측의 태극기 게양, 애국가 연주, 응원단을 모두 거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국가대표팀 대항)에서 국가 연주, 국기 게양을 규정하고 있다. 북측은 민족 특수성을 들어 한반도기, 아리랑을 고집하고 응원도 알아서 해준다고 한다.

로컬룰이 유용할 때도 있다. 남북 화합을 위해 로컬룰을 적용한 1990년의 평양 남북 통일축구가 그 예다. 그렇지만 이번 경기는 친선이 아니다. 월드컵행 티켓이 걸린 A매치이다. 정 FIFA의 제너럴 룰을 따르지 못한다면 제3국 개최도 불가피하다.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세계가 주목할 남북 A매치의 빅이벤트를 북한이 놓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8-02-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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