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남자의 요리/이용원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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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1-11 00:00
입력 2008-01-11 00:00
아내가 지난 연말 수술하고 나더니 통 입맛을 못 찾고 있다. 퇴원해 집에 돌아와서는, 잘 먹어야 회복이 빠르다며 곧바로 음식을 해먹더니 그날뿐이다. 생각 외로 요리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고, 그렇다고 누가 챙겨줄 사람도 주위에 없어 요즘은 먹는 둥 마는 둥 지내는 눈치이다. 그래서 보약 지어주겠다 했더니 고개를 흔든다. 그러려니 했다. 원래 보약에는 거부감이 심했던 것이다. 차선책으로 택한 게 외식이지만 어찌 밖에서 하루 한끼 넘게 끼니를 때우겠는가.

주위에는 요리하기를 즐겨 휴일에는 가족에게 음식 해주는 게 즐거움이라는 남자가 적지 않다. 나 또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책을 뒤지며 이리저리 시도해 본 지 오래됐지만, 원체 재주가 없는지 가족에게 환영받은 ‘작품’을 내놓은 일이 거의 없다. 무능력일까, 성의 부족일까. 어쨌건 몸이 아파 끼니를 거르기 일쑤인 아내에게 입맛 당기는 음식 한접시 내놓지 못하는 나 자신이 이처럼 후회된 적이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칼자루는 다시 잡아야지.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8-01-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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