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머리로 쓰는 편지/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7-12-05 00:00
입력 2007-12-05 00:00
그러고 보니 편지를 써본 지도 20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결혼 전 매일 밤늦도록 통화하고도 무엇이 모자라는지 지금의 아내에게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내용을 얼핏설핏 휘갈겼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내는 아직도 그 편지를 보관하고 있다지만 혈중알코올 농도 최소한 면허정지 이상인 상태에서 썼으니 안 봐도 내용은 뻔하다.
30여년의 만남.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무엇을 읊조려야 할까. 서로 다른 색깔의 삶을 살아왔는데. 술잔을 높이 쳐든다고 갑자기 한마음으로 엮어질까.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서로에게 손을 내밀자고 하자니 쑥스럽다. 아마도 망년회 하루 전날까지 머릿속으로만 끊임없이 편지를 썼다간 지워야 할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12-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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