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민족문학 없이 글로벌문학 없다/전기철 시인·숭의여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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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11-08 00:00
입력 2007-11-08 00:00
요즘 우리 문학의 흐름이 급속도로 보수화되어 가고 있다. 삶의 현장이나 역사적 상상력에서 문학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일부 단체나 평단에서는 ‘민족문학’이라는 개념 자체까지도 경원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다분히 글로벌 경제나 시장, 혹은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보려는 문학의 본래적 의의까지도 잃게 하고 있다. 이는 한·미FTA로 인한 시장의 확대나 현 정권의 철학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문학의 보수화는 우리 문학의 장래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문학이란 어쩔 수 없이 민족문학일 수밖에 없다. 이때 민족문학이란 대립과 배척의 개념이 아니라 포용적이며 주체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민족문학은 자아의 주체적 논리를 갖고 세계문학과 대화하면서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넓혀가고 그 의의를 확대해 가는 자생적이며 진보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민족문학은 일부에서 생각하는 편협하고 폐쇄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최근의 글로벌한 정치·경제의 흐름에 따라 추수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민족문학의 존립 의의를 부정하고 있는 듯한 경향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최근 우리 문학은 우리시대의 삶의 현장이나 역사에서 그 소재를 취하지 못하고 극히 사적이며 몽환적인 데에서 취재하여 말초적인 감각에만 의존하고 있다. 소설은 판타지에 빠져 있거나 극히 사적인 연애의 기록이요, 시는 음악이나 그림의 컨텍스트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나 시인은 우리 시대 삶의 현장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있을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골방 전깃불 아래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음악이나 미술을 감상하며 몽환에 젖어 말초적인 감각의 신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게 문학의 국적이란 무의미하며 글로벌한 상상 속에서 새로운 감각의 유영을 적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악마적이며 때로는 퇴폐적이기까지 한 자유 상상을 통해 불안한 생의 신경증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학 속에서는 어떤 삶의 지평을 읽어낼 수 없다. 문학의 최대 목표는 유토피아이며 휴머니즘이다. 유토피아나 휴머니즘은 철저히 땅에 발을 딛고 거기에서 새로운 푯대를 모색하는 방향감각이다.

이는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며, 우리 민족의 역사적 궤적을 읽어내는 것이며, 세계문학 속에서의 민족문학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

문인은 우리 시대 갈등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 환각의 고공비행으로는 삶이 잡히지 않으며, 아카데믹한 논리적 지식으로는 문학의 생명력을 담보할 수 없다.

오늘날 문인들은 대학의 문예창작학과나 문화센터의 강당에 갇혀 있다. 그들은 문학 지배권을 희롱하면서 문학 권력에 탐닉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숙자들이나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비정규직의 생활을 모른다. 그들에게 문학은 글로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족문학이 없는 한 글로벌 문학도 없다.

문학이란 때로는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가올 시대를 읽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다국적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상상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민족문학의 가치 또한 그만큼 중요하게 되며, 이때 민족문학이란 글로벌 문학과의 교류 속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찾는 정신적이며 철학적인 개념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다.

이제 다자 간의 자유무역협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민족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자아 찾기가 필요하다.

전기철 시인·숭의여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2007-1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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