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흰소의 눈물/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7-10-23 00:00
입력 2007-10-23 00:00
한묵은 40대 후반 훌쩍 파리로 떠났다.“떠나는 순간 박혀버리는 총알처럼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 실험의 욕구를 이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수구초심일까. 이따금 한국을 찾는다.2003년 제주를 찾았다. 불우했던 이중섭의 서귀포 피란시절을 떠올리며 눈물 흘렸다. 헌시를 바쳤다.“바다는 항시 푸르러/항시 부풀어/고함쳐 달려든다”고 했다.
이중섭은 소를 즐겨 그렸다. 황소, 흰소, 소와 어린이 등. 큰 눈망울의 소는 때론 슬퍼 보였다. 향토적 포비즘이다. 미술계가 시끄럽다. 그의 미공개 작품들이 위작인 것으로 수사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몇 해전 현대화랑에서 있었던 이중섭전의 소가 떠오른다. 그 소가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만 같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10-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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