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처삼촌/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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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10-17 00:00
입력 2007-10-17 00:00
며칠전 아내의 큰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돌아가신 분이 장인어른 형제 넷 가운데 맏형이니까 처가 쪽에선 대소 집안의 큰 장례였다. 처가 친척들의 경조사에 꼬박꼬박 참석해 온 터라, 부고를 받고 부랴부랴 상경한 처가 식구들 틈에 끼어 문상을 갔다.

그런데 문상 후 음복을 하면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술에 취한 상주(아내의 사촌 오빠)가 대뜸 나에게 두건과 완장을 들이밀었다. 고인의 조카사위인 나더러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었다. 상주들과 자식, 상주의 사촌형제들이 열댓명이나 되는데 굳이 나까지 두건을 쓸 필요가 없다 싶어 거절했다. 그랬더니 상주는 무척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두건을 그냥 받아뒀다가 몰래 놔두고 빠져 나오면 될 일을, 괜히 문상 잘 해놓고 상주의 감정만 상하게 한 꼴이어서 뒤늦게 후회했다.



그 이튿날 관혼상례에 정통한 L선배에게 전후사정을 털어놨더니,“조카사위는 그런 격식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줬다. 근심을 좀 덜었지만 그날의 문상을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건성으로 다녀온 것 같아 자꾸 마음에 걸린다.

육철수 논설위원
2007-10-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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