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구금하고 위로금으로 때운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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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9-29 00:00
입력 2007-09-29 00:00
구속 상태의 피고인이 벌금형을 선고 받고도 31일간이나 불법 구금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담당 판사의 실수로 석방 지휘가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산지법에서 발생한 일이다. 법원은 잘못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의 벌금을 대납하고, 위로금까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법정의 실현의 보루인 법원마저 잘못은 일단 감추고 보자는 태도였다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최근 법원은 인신구속을 신중히 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신정아씨나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 사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예전 같으면 국민정서법상 당연히 구속부터 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용인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은 그같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여전히 국민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음을 절실하게 보여 준 사례다. 구속 피고인의 재판을 궐석으로 했고, 피고인은 재판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담당 재판부는 궐석 재판이 이뤄진 데 대해 “기억이 없다.”며 사실이었다면 실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와 관련, 부산지법은 대법원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재판부 대신 관련 법원 직원만 자체 징계를 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웃음거리다. 이런 적폐의 개혁없는 사법개혁은 공염불일 뿐이다.

2007-09-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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