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말뿐인 ‘위기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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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9-11 00:00
입력 2007-09-11 00:00
지난 학기 대전에 사는 중학생 서너명이 서산의 한 아동센터에 와서 공짜로 잠잘 곳을 문의했다. 가출 청소년임을 직감한 상담원은 관련 기관을 찾아 보호하고자 했으나 당장 이들을 보호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한다는 쉼터는 멀리 천안에 있었고 그나마 제한된 수용 인원 때문에 그 곳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집으로 돌려 보내고자 이런 저런 이야기로 달래고 있던 중에 이들은 잠시 틈을 타 가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ommunity Youth Safety-Net)가 구축돼 있다. 지역 사회의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연계해 가출이나 비행, 약물, 성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 청소년을 돕는 시스템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야심차게 구축한 것이다. 전국 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CYS-Net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헬프콜 1388을 통해 위기 청소년이 발견되면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상담 복지서비스를 전달하도록 돼 있다. 즉 지역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과 연계해 원스톱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갖춘 것이다. 언뜻 보면 위기 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대단히 잘 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충청 지역에서만 보더라도 지역 사회의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네트워킹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 청소년들이 발견돼도 지역에서 연계할 수 있는 자원이 거의 없다. 지역 내 허브기관이 하루 24시간 이 역할을 해 나갈 여건도 안돼 있다.

현재 청소년지원센터는 시·군 단위로 1곳이 있다. 대부분 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고 매우 열악한 상태다. 지역마다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지자체는 대부분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예산을 그야말로 쥐꼬리보다도 짧게 책정하고 있다. 단체장의 마인드나 지역 의회가 청소년 문제나 청소년지원센터의 기능을 별로 중시하지 않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지방의 시·군은 특별지역 외에 대개 상담원 1명이 모든 역할을 떠맡고 있어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청소년 문제는 불행하게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그 문제의 양상도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이제는 비행 청소년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일반 청소년이라도 가정문제나 심리적인 문제로 가정 밖에서 일시적 보호서비스가 요구되는 일이 많아졌다. 수요가 없어 줄어든다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지금은 청소년보호시설이 지역 곳곳에서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이다. 가을엔 마음이 우울해지거나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난다. 지역사회가 모두 위기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한 자원이라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온통 위험요소들로만 가득하니 마음이 무겁다. 충청지역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권 내 청소년 쉼터는 2곳뿐이다. 지역지원센터가 위기 청소년을 발견하더라도 네트워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길을 가다 보면 위기 청소년을 위한 홍보 문구가 눈에 많이 띈다. 웬만한 사람들은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헬프콜인 1388을 거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위급 상황이 발생할 때 1388을 아무리 눌러 봤자 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어떤 생각이 들까. 또한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 문제로 이어질 때 그 파장은 또 어떻겠는가. 기왕에 힘들여 좋은 제도를 만들었으니 그 효과가 한번 제대로 나게 해 보자.

국가와 지자체는 제도만 번듯하게 만들어 홍보할 게 아니라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도 해야 한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2007-09-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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