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헝그리 정신/ 구본영 논설위원
구본영 기자
수정 2007-08-30 00:00
입력 2007-08-30 00:00
도무지 ‘헝그리 정신’이라곤 없어 보이는 사춘기 아들에게 꼭 이 비화를 알려 주고 싶었다. 신문을 잘 보이는 곳에 슬쩍 펼쳐 놓았다. 잔소리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신문은 이틀째 그 자리에 있었건만, 끝내 아무 반응이 없었다. 수학 참고서를 더 파고드는 것 같지도 않았고, 아침이면 헤어스타일에 신경쓰는 것도 여전했다.
주말밤 아들에게 “기사를 봤느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오는 그 얼굴에서 중학 시절 이곳저곳 쏘다니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헝그리 정신’을 갖든,“현재를 즐겨라.(카르페 디엠)”라는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말을 좇든 다 때가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07-08-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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