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편지쓰기/황성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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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8-06 00:00
입력 2007-08-06 00:00
인터뷰한 분에게 기사가 난 신문을 몇 부 보내는 김에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겸 편지를 써서 따로 부쳤다. 보통 이메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미처 이메일 주소를 알아두지 못했다. 몇해 만에 써보는 편지인가. 만년필로 쓰는 글이 쉽게 나아가지 않는다. 이메일은 몇분이면 써 보낼 수 있지만 이 육필이란 게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 글씨도 형편없고, 한 번 쓴 문장이 맘에 안 들어도 파지를 내지 않는 한 고칠 재간이 없다. 생각과 동시에 두드리는 자판과는 달리 몇 번 생각을 가다듬어야 하니 시간도 제법 걸린다.

지난 5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의 강연때 들은 얘기다. 이 강연의 말미, 어떻게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도쿄대 학생의 질문에 오에의 대답은 이랬다.“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 이메일이건 편지건 보내기 전에 며칠 뒀다가 다시 읽어보라.”고. 어떤 글쓰기건 예전에는 그리 했던 것 같다.



쓰자마자 등기로 편지를 보낸 이튿날 “잘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편지를 며칠 묵혔더라면 글쓴 정성이 달라졌을까 생각하니 뒤늦게 아쉽다.

황성기 논설위원
2007-08-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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