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성 행복도시/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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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기자
수정 2007-07-25 00:00
입력 2007-07-25 00:00
2005년 4월 영국 런던에 등장한 여성전용 택시 ‘핑크 레이디스’는 밤길 귀가 여성들의 불안을 없애고 성범죄를 차단한 공로가 크다. 당시 한달에 10여건씩 여성승객이 남성운전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자 어느 운송업자는 여성이 운전하는 여성전용 택시를 사업 묘안으로 내놓았다. 결과는 체인을 운영해야 할 만큼 대성공이었다. 지금은 1만명이 넘는 여성회원이 애용하고 있다. 이 택시는 외관과 내부가 핑크색이어서 ‘핑크 레이디스’로 불린다. 남성승객은 절대사절이다. 신혼부부라도 신랑은 못 탄다. 다만 여성과 함께 타는 12세 미만 남자 어린이는 예외다. 모스크바의 ‘핑크택시’나 두바이의 ‘레이디스 택시’도 비슷한 취지로 생긴 여성전용 택시다.

오는 9월부터는 서울에도 이런 택시가 등장할 모양이다. 서울시가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하는 심야콜택시다. 운전자는 물론 여성이다.24시간 이어지는 생활환경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심야시간대의 방범은 아무래도 취약하다. 여성들의 밤길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가 원망스럽지만, 여성전용 택시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서울시가 2010년까지 7265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여행(女幸) 프로젝트’는 일상생활에서 여성의 자잘한 불편·불안을 덜어주어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는 점이 돋보인다. 여성한테 의존하다시피 한 보육에 대해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여성친화적 도시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실 남성에게는 별로 불편하지 않아도 여성에겐 큰 불편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돌로 듬성듬성 만든 도심 보도블록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인파가 몰리는 곳의 여성용 화장실은 한참 줄을 서야 차례가 돌아온다. 부부가 자녀양육을 함께 맡는다지만, 잔손을 많이 움직이는 쪽은 엄마다. 엄마 몫이기 십상인 학교 급식당번도 여간 귀찮지 않다. 남녀평등 같은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속의 이런 작은 짐들을 덜어주는 게 훨씬 실속있을 것이다. 행복은 작은 배려와 관심에서 시작되는 법이다.4년 후 ‘여성이 행복한 서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7-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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