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받아쓰기 저널리즘’ 확산을 경계한다/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 교수
수정 2007-05-25 00:00
입력 2007-05-25 00:00
현행 출입처 제도 하에서는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이 제공하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아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기사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이 현실화된다면 언론계에는 정부부처가 제공하는 관급기사를 그대로 보도하는 ‘받아쓰기 저널리즘’이 확산되어 정보유통과정의 왜곡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건전한 여론형성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다.
시민은 언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물론, 언론에 국정감시자 지위를 부여했다. 참여정부는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언론에 빼앗겼다. 정부는 ‘언론 책임론’을 제기하기에 앞서 자신의 진실함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공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언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이다. 따라서 언론이 세상을 어떻게 묘사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언론은 ‘정론지(正論紙)’와 ‘정론지(政論紙)’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고 때로는 후자의 성격이 더욱 강하게 재현된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언론이 ‘회사의 편집방침이나 논조’ 그리고 ‘언론사의 당파적 입장’을 기사에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특수한 취재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정책을 비판하는 게 당연하지만, 언론 또한 언론사의 당파성이 빌미가 되어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 교수
2007-05-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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