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A급전범 분사론/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수정 2007-05-08 00:00
입력 2007-05-08 00:00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A급 전범의 영령을 떼어내 일본 총리가 자유롭게 야스쿠니를 참배토록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나오면 이번에는 정교분리론이 등장한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파생된 얘기를 종교법인에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헌법을 들어 반대한다. 이래저래 야스쿠니는 그럴듯한 논리로 철옹성처럼 전범들을 품어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같은 정치인들이 보수층의 지지기반을 넓히는데 이용해 온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이든, 물이든 합사라는 것은 야스쿠니 신사의 합사자 명부에 올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실은 명부에서 삭제하면 되는 일이다. 정교분리를 내세우지만 야스쿠니처럼 정치적인 곳도 없다. 메이지 시대 희생된 황군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한 국가시설로 출발했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자신과 아들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을 신이 되어 영생한다는 기쁨으로 교묘하게 전환하는 ‘감정의 연금술’을 행하는 국가통합의 장이었다. 지극히 정치적인 야스쿠니인데도 정교분리 운운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전몰자 유족들로 구성된 일본유족회가 지난해 A급전범의 분사를 다룰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오늘 첫 회의를 가진다고 한다. 쇼와 일왕이 야스쿠니 참배를 그만 둔 것이 A급전범의 합사에 대한 불쾌감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사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유족회의 말이라면 정치권도 야스쿠니도 무시 못한다. 야스쿠니를 대신할 추도시설 건설에 일본 정부가 머뭇거리고 있는 만큼 전범의 분사라도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일본이 안팎에 떳떳해지는 길일 것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5-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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