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대통령을 꿈꾸는 분들에게/김상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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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5-02 00:00
입력 2007-05-02 00:00
30일 점심을 먹다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숟가락을 놓았다. 이날 정 전 총장의 퇴장 모습은 석달전 고건 전 총리의 경우와 흡사하다. 그때도 점심 무렵 갑작스러운 기자회견 소식에 놀란 기억이 난다.

연달아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이젠 대선주자가 긴급 회견을 갖는다는 말만 들어도 먹던 밥이 얹힐 것만 같다. 필자가 이런데 적든 많든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허탈감은 얼마나 클까.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퇴장의 무대’가 보여주는 정치철학의 빈곤이다. 정 전 총장은 불출마의 변으로 “정치는 비전뿐 아니라 이를 세력화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은 조직과 돈이 달린다는 얘기다. 이 말은 엄밀히 정치철학이 아니다. 선거공학이다.

선거에 정신을 팔면, 온통 이기느냐 지느냐, 영광의 면류관을 쓰느냐 망신을 당하느냐의 염량(炎凉)한 문제로 전전긍긍하게 된다.‘주판알 튕기다 포기하기’는 선거공학적 사고의 극단이 낳은 ‘사생아’다. 정 전 총장은 지난 몇달간 번민의 밤을 지새웠겠지만, 무엇을 위한 고민이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치의 본질은 선거 승패 이전에 국리민복(國利民福)에 헌신하는 행위라는 ‘교과서’가 절실한 시절이다. 모름지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이러이러한 나라를 꼭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으로 뜨거워야 한다. 이런 열망으로 무장하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거나 ‘세력’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열망으로 충만하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떳떳하고 역사의 갈채를 받을 것이다. 이 ‘교과서’를 등한시했다가 끝내 신세가 추레해진 사례를 지금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자문(自問)해보기 바란다. 선거가 아닌 정치를 고민하고 있는지를. 그 반대라면 진작에 포기하는 게 낫다. 평화로운 점심시간에 갑자기 숟가락을 놓게 하는 일은 결례 아닌가.

김상연 정치부 기자 carlos@seoul.co.kr
2007-05-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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