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이희아의 꿈/베이징 황성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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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기 기자
수정 2007-04-16 00:00
입력 2007-04-16 00:00
중국 베이징은 생전 처음이란다. 그런데도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는단다. 비행기 연착으로 20분가량 늦게 베이징 시내 호텔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희아씨. 네 손가락밖에 없는 두 손을 흔들고는 꾸벅 고개를 숙인다. 지각해서 미안하다는 뜻일 게다. 익혀온 중국말 인사도 잊지 않는다.30명 넘는 취재진 수가 예상보다 많았던 것일까.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들에게 일일이 포즈를 취해주면서도 쑥스러운 모양이다. 평생을 같이해 온 유일한 동반자이자, 최고의 후원자인 어머니 우갑선(52)씨와 눈을 맞춘다. 힘을 얻었는지 이내 생글거리는 모습이 아직도 소녀다.

회견을 마치자 호텔 로비로 자리를 옮긴다. 선천성 사지기형 장애인의 몸으로는 베이징에 오기까지도 힘겨웠을 텐데 자청해서 피아노 의자에 오른다. 취재진에게 공연에서 연주할 몇곡을 들려주기 위해서다.20분 연주한 뒤 의자에서 내려오는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다. 몸에 밴 프로정신이 놀랍기만 하다.

중국 순회 공연은 스물두살인 이희아에게 크나큰 도전이다.3주간 7개 도시를 돈다. 체력소모는 물론이요, 손가락에도 부담을 느낄 만하다. 관절 있는 손가락은 하나밖에 없다. 연습과 연주가 많으면 통증을 호소하는 그다. 중국에서 10차례나 공연하겠다고 나선 건 왜일까.“중국 장애인들이 제 연주를 듣고 많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섯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를 통해 얻은 꿈과 희망과 용기를 세상에 되돌려 준다는 의미이다. 피아노는 악기 이전에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다. 바깥에 나설 수 있게 한 피아노 연주로 사람과 만나는 작은 행복을 누리고, 자신이 누린 행복을 다시 전해주고 싶었을 터이다.

지난 13일 베이징 21세기 극장에서 첫 연주회를 가졌다. 이달 말까지 톈진, 상하이, 칭다오에 이어 다롄, 시안까지 공연이 줄줄이 남았다. 수익금은 중국 장애인 돕기에 쓴다고 한다.5월에는 일본·홍콩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새 앨범도 준비 중이다.

희아(喜芽)는 ‘기쁨의 싹’이라는 뜻이다. 연주를 듣고 많은 이들에게서 기쁨과 행복의 싹이 돋아났으면 하는 게 이희아의 소박한 꿈일 것이다. 아직도 두 손가락으로 나눈 악수의 온기가 생생하다.

베이징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4-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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