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삶의 방정식/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7-03-31 00:00
입력 2007-03-31 00:00
김영현은 중국 사막길에서 마주친 화두를 풀기 위해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온몸에 생채기가 나도록 삶의 바닥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소설에서는 절망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시선이 밤 하늘의 별을 향하기 시작했다. 뭔가 잡힐 듯한 모양이다.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오리아나 팔라치는 종군기자로 전장을 누비면서 삶의 방정식을 찾으려 했다. 그는 마침내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아말, 자살특공대, 신의 아들이 지배하는 땅 베이루트를 다룬 ‘인샬라’에서 평생 갈구했던 해답을 내놓는다. 베이루트 파병근무를 자원한 수학도 안젤로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으로도 풀지 못했던 답을 그의 연인 니네트가 죽기 전에 남긴 메모에서 확인한다. 니네트는 절망적이었던 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기술하면서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체험해야 할 신비이다.”라고 단언한다.
올초 고위 공직에 계신 분이 책 한권을 선물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이빨꾼들이 쏟아낸 ‘설(說)’들을 한데 모은 책이라고 했다.‘인생의 해답은 이것이다’‘이렇게 살아라’‘요렇게 하면 망한다’…. 그럴 듯한 비유와 더불어 현란한 수식어가 난무한다. 하지만 책을 덮자마자 남는 것이 전혀 없다. 가슴과 영혼이 빠진 ‘혀 끝’의 말이기 때문이리라. 올 연말 대선 고지를 향해 내닫는 주자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온통 덧셈, 뺄셈뿐이다. 이런 방정식으론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03-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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