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가기밀/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기자
수정 2007-03-29 00:00
입력 2007-03-29 00:00
이런 소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비하면 애교(?)에 속한다.2005년 장쩌민이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후진타오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소식을 한발 앞서 보도한 뉴욕타임스 자오옌 기자는 보도 직후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연간 수천으로 추정되는 사형집행건수도 국가기밀이고, 자연재해에 따른 사망자수도 얼마 전까지 기밀로 취급됐다.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처음 발생했을 때도 이를 비밀로 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정부가 국가기밀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비밀관리보호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안보 외에 통상·과학·기술분야를 비밀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기밀을 유출해도 처벌하는 내용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대외비 자료가 얼마 전 유출된 것을 계기로 법안의 목표를 국가안보에서 국익보호로 넓힌 것이다. 지난해 국내 400개 기업 가운데 20.5%가 산업기밀 유출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고,2003년 이후 국정원이 산업기술 유출을 막아낸 피해예방액수만 9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산업기술 유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가기밀의 범주를 넓히고 관리요건과 처벌을 강화한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국민의 알권리와의 충돌이다. 무엇이 국익이고, 어디까지 비밀로 할지 법안은 보다 명확히 답해야 한다. 청와대 식단을 공개했다가 쫓겨나는 일은 한번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7-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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