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베트남의 신부들/이순녀 국제부 기자
수정 2007-03-10 00:00
입력 2007-03-10 00:00
지난주 베트남 출장길에 호찌민 한국총영사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영사관 건물 밖까지 길게 늘어선 줄이 심상치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은 결혼 비자를 받으려는 앳된 얼굴의 여성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말로만 듣던 베트남 국제결혼의 열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비자발급을 담당하는 영사는 걱정이 많았다. 결혼비자 신청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2003년 한해 1400건이었던 결혼비자 발급건수는 지난해 7000건으로 늘었다. 휴일을 빼면 하루 평균 33건의 비자관련 서류를 처리하고, 신청자 인터뷰를 해야 한다.
국제결혼중개업체가 난립하면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결혼비자 서류를 위조하는 사례가 적발된 후로 일거리는 더 늘었다. 게다가 베트남 신부의 건강이상 유무까지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업무는 거의 손을 놓아야 할 지경이다.
속성 국제결혼의 증가와 함께 이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 또한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 신랑의 엉터리 신상명세에 속아 결혼한 뒤 야반도주하는 베트남 신부가 있는가 하면 코리안드림에 눈이 멀어 순진한 한국 총각을 울리는 영악한 베트남 여성도 있다.
베트남 신부를 데려올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상황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총각이나 베트남 처녀 어느 쪽이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사관의 신중한 결혼비자 발급 절차는 이같은 불행한 결혼을 사전에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순녀 국제부 기자 coral@seoul.co.kr
2007-03-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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