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송통신 융합의 미래/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수정 2007-01-19 00:00
입력 2007-01-19 00:00
이제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첨단 서비스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요구와 더불어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를 방송통신융합시대로 진입시키고 있는 강한 시대적 압박을 받는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이 10여년 이상 방송통신융합 환경의 개선에 공을 들여 온 것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할 새 산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그러나 융합과 통합의 과정에는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존재하므로 모두를 만족시키는 환경에서 새로운 융합시대를 출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융합의 주체가 자신이 보는 동전의 앞면과는 다른, 반대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할 때 융합의 모습은 점점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융합의 과정에서 최선의 방안을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지혜를 모아야 하며 그 지혜를 대변할 만한 대원칙 아래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방송통신융합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러한 몇 개의 대원칙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로 국민, 즉 소비자가 원하고 만족하는 방향으로 융합이 시도돼야 한다. 새로운 융합의 시대에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내용의 다양성, 국민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을 독립성, 국민경제를 살찌울 수 있는 산업성, 국민 모두가 혜택 받을 수 있는 보편성 등의 쟁점들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어느 한편이 지나치게 주장되어서도 양보되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조정의 주체는 더 많은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며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특히 큰 목소리보다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둘째로, 미래의 우리 후배와 후손이 충분히 고려된 환경으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현재 만들어지는 융합환경의 실수요자는 현재의 청소년들이 될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생각과 사고의 틀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국회에 상정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법령이 비록 80점짜리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100점으로 진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20점은 미래의 주인공이 채워 넣을 것이라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한다. 사실상 시청자가 새로운 소식을 제작해서 인터넷을 장악하고, 소비자 스스로가 창출해내는 UCC(User Created Contents)의 가치가 미래 방송통신 환경의 주인공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융합과정에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해서 다수가 이익을 얻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며, 동시에 소수가 양보하지 않아서 많은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우를 범하지도 말아야 한다. 융합의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규모를 크게 해서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국민이 최대의 수혜자가 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특정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독주하는 것도, 혹은 방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 주장과 이익을 한걸음씩 양보해서 더욱 값진 우리의 내일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함으로 원만하게 출범하고 IPTV가 국민 모두의 축복 속에서 서비스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의 새로운 첨단 서비스를 통해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의 생활이 다양해지는, 무엇보다도 첨단 기술과 환경 덕분에 더 많은 국민이 더 많은 시간 동안 행복해할 수 있는 계기가 밝게 떠오른 2007년 황금돼지와 함께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2007-01-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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