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밀운불우(密雲不雨)/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6-12-19 00:00
입력 2006-12-19 00:00
선생님이 썼던 ‘鬱’은 훗날 대학에 들어온 뒤 매캐한 최루가스 냄새와 함께 ‘짭새’들의 살풍경한 교내 진입을 목격한 순간 제일 먼저 뇌리에 되살아났다. 그리고 당시 선생님은 어린 제자들에게 ‘10월 유신’의 실체를 ‘鬱’이라는 한 글자로 에둘러 말하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4반세기를 넘은 지금도 정치권에는 유신의 망령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그 시절 젊은 우리들이 경험했던 유신은 ‘답답하고’‘어둡고’‘슬픈’ 흑백사진으로 각인돼 있다.
교수신문이 올해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밀운불우(密雲不雨)’를 선정했다고 한다.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등 208명을 대상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 당랑거철(螂拒轍), 만사휴의(萬事休矣), 한단지보(邯鄲之步) 등과 함께 제시한 결과,48.6%가 밀운불우를 꼽았다는 것이다. 비 오기 전 먹구름이 잔뜩 끼듯이 일이 성사되지 않아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으로 올 한해를 표현한 셈이다. 지난해 선정된 사자성어인 상화하택(上火下澤)이 불과 물의 위치가 전도된 갈등 심화를 상징했다면 올해는 그 정도가 비등점에 이르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올해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판명된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시작해 집값 광풍에 서민들의 등골이 휘어졌으니 사자성어로 축약하기엔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제대 강신표 명예교수는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는 뜻의 ‘반구저기(反求諸己)’가 내년의 사자성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자는 ‘위정자가 덕이 있으면 힘이 없어도 백성들은 절로 그 덕에 교화된다(無爲而民自化).’고 했다. 대선주자들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12-1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