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법 통과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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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2-01 00:00
입력 2006-12-01 00:00
국회가 어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지 5년만에,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한 지 9개월만이다. 민주노동당이 또다시 법사위를 점거함에 따라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라는 비상수단이 동원되기는 했으나 548만명(2005년 말 기준)에 이르는 비정규직이 이제서야 법의 보호망 안으로 편입된 점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이라고 반발하지만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누차 지적했지만 민주노동당의 주장처럼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비정규직 양산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노동시장 보호막이 도리어 일자리를 줄이게 돼 비정규직을 실업자로 내몰게 된다는 것이 통계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가장 활력을 보이고 있는 덴마크의 경우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든든한 사회안전망, 빈틈없는 직업훈련이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갈수록 잠재성장력이 위축되고 있는 우리로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면서 비정규직의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고 남발을 규제하는 이런 법안을 진작 도입했어야 했다. 따라서 노동계는 총파업 등 물리력을 동원해 반발하려 할 게 아니라 눈을 부릅뜨고 법 시행 과정을 감시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

정부는 앞으로 시행령 등 하위 법령 제정 때 노동계의 우려를 감안해 저울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기업주들이 법망을 피해가거나 편법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차별금지 등의 요건을 세세하게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역할이 한층 중요해진 만큼 전문성 강화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06-12-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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