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도시의 숨결과 힘이 되다/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수정 2006-11-08 00:00
입력 2006-11-08 00:00
서양에서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를 비롯한 많은 석학들이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문화는 21세기 공간 환경정책분야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유럽의 문화수도 프로그램이나 문화예술을 근간으로 한 도시재생이나 창조도시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업도시, 행정중심 복합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과 관련해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문화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개발정책들이 자칫 규모·기능·효율 등으로 대표되는 외형적인 것에 치우치기 쉽다. 그러다 보면 획일적 개발이 추진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문화가 빠진 반쪽 개발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개발이나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을 유지·보전할 뿐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지역전체의 특성을 살려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한 도시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외국의 사례들도 적지 않다. 다양한 문화시설과 문화정책으로 도시 활성화를 이룬 스페인의 빌바오시, 공공디자인정책 시행과 친환경 교통체계인 트램 도입으로 쾌적한 교통인프라를 구축한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 그중에 하나다. 사용하지 않는 제분소건물을 아트센터로 만들고, 최고의 음향공학기술을 적용한 공연장을 조성해 도시를 재생한 영국의 게이츠헤드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의 여러 도시도 마찬가지다.17년에 걸쳐 개발대상지역 주민들을 설득해 토지를 매입하고 문화예술을 주제로 재개발한 롯폰기힐스, 역사문화경관을 보전하고 전통산업의 발전을 통해 도시를 재생해 나가고 있는 가나자와시 등이다.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우선 국가가 아니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그것도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하고 획일적인 전개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특성이 잘 보전되어 있는 특정구역을 중심으로 주로 시행된다. 그리고 지역의 특성과 규모에 맞게 문화와 예술을 도입하는데, 이를 위해 주로 기존시설을 리모델링하고 프로그램의 작성을 통해 일상 생활공간과 문화공간을 연계하고 결합시켜 점차 공간을 확대하면서 전개해나간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해당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경관과 환경의 조성을 위해 도로포장 및 가로시설물에서부터 도시 스카이라인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디자인정책을 수립, 실시한다는 점이다.
문화관광부가 2005년 8월에 삶의 공간에 대한 문화적 질 제고를 담당하는 ‘공간문화팀’을 신설하고 여러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해 오는 취지도 다른 데에 있지 않다. 김구 선생이 강조한 것처럼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목표가, 모범이 되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다.
문화국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미래지향적 정책은 물론 시민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뒷받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2006-11-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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