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한가위 소망/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6-10-09 00:00
입력 2006-10-09 00:00
억새풀이 자그마한 군락을 이룬 둔치 한편, 노부부가 두 손을 모으고 보름달을 향해 연신 머리를 숙인다. 주변 가로등 불빛과 달빛을 한껏 받은 노부부의 얼굴이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하다. 무엇을 저토록 간절히 기원하는 것일까. 아마도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들의 무사안위를 빌고 또 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도 한가위나 정월 대보름이면 뒷동산에 올라 보름달이 떠오름과 동시에 남보다 한발 앞서 소망을 빌곤 했다.
노부부의 모습에 감염된 듯 내 입에서도 절로 소망의 타래가 풀어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게서 가족으로, 그리고 낯익은 얼굴들로…. 어느새 온몸이 달빛에 젖어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10-0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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