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출산장려금은 세금낭비다/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06-10-03 00:00
입력 2006-10-03 00:00
출산장려책을 믿고 아이를 낳았다는 가정을 나는 여태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자녀를 몇이나 둘 것이냐는 부부의 경제력이나 애정 등 형편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다. 지자체가 혜택을 준다고 해서 상품 제조하듯이 어느날 갑자기 증산 또는 양산체제로 바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회에 기여할 만한 성인을 기르는 데는 20∼25년이 걸리고 돈도 1억∼2억원은 족히 털어넣어야 한다. 부모에게는 당장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하는 현실일 수 있다. 게다가 맞벌이 가정은 늘어나는데 보육·교육시설은 흡족한가. 돈 들이고 공 들여서 기껏 대학까지 가르쳐 놓으면 태반이 실업자 신세인데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형편이 닿는 부부는 아이를 낳지 말라 해도 능력껏 낳아서 재주껏 키운다. 그래서 출산장려에 쓸 예산이 있으면 차라리 ‘태어난’ 아이들에게 쏟았으면 한다. 부모의 이혼·가출과 미혼모 출생 등으로 보호막이 취약한 아이가 해마다 1만명씩 생긴다. 없는 아이, 낳기 싫다는 아이 자꾸 낳으라는 것보다 이런 아이들에게 정성들이고 신경 써야 하는 게 지자체가 할 일이다.
저출산이 수십년 후 몰고올 재앙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인적 자원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국가경쟁력과 노동력은 물론이고 연금납부, 납세·국방자원 등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그러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현재의 출산장려책으로 그렇게까지 올리기는 아무리 봐도 무리다. 따라서 지자체는 태어난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출산은 이제 가정사에 맡기는 게 좋겠다.
20년,30년 후 인구 몇백만명 줄어든다고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구만 많다고 강대국이나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인구가 늘면 느는 대로 줄면 주는 대로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면 된다.
인구가, 노동력이 정녕 문제라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민 수용을 검토해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출산 문제를,1960∼70년대처럼 정책을 정해 놓고 따라오라고 권장하는 시대는 지났다.‘고비용 무효율’ 정책으로 안달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정책을 맞추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10-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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