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여보, 당신/ 송한수 출판부 차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6-09-11 00:00
입력 2006-09-11 00:00
엊그제 은행에서 생긴 일이다. 휴대전화를 파는 총각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아버님, 폰 한번 보세요.” 언젠가 집 근처에 장보러 갔다가도 같은 일을 겪었다.“아버님, 좋은 물건 있는데….”란 점원의 말이 따가웠다. 아이를 달고 나간 것도 아니고 아내뿐인데. 그가 멀찍이 돌아서자마자 “사람을 어떻게 보고….”라며 투덜댔다.

딴에는 젊어 보인다고 지레 자신하고 다녔나 보다. 서른 즈음만 해도 아내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곤 했다.“대학 땐 나이가 훨씬 아래로 보였어. 나이트 들어가려다 입구에서 쫓겨난 적도 있어. 연령제한에 걸렸는데, 학생증을 보여줘도 믿지 않데.”

결혼하자 아내가 곧장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너무나 쉽게 입 밖에 내는 것이 이상했던 까닭도 혹시 젊어 보이려고, 아니 스스로 젊어 보인다고 여긴 데서 나온 생떼 아니었을까.

‘아버님’ 호칭이 듣기 싫다고 총각으로 보일 것도 아닌데…. 이제는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젊기는 고사하고 나이만큼 살기도 어려운 일일 터. 여보, 당신이라는 말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볼 참이다.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2006-09-11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