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119 사이렌/우득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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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정 기자
수정 2006-08-25 00:00
입력 2006-08-25 00:00
사무실 창밖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린다. 순간 가슴이 덜컥하며 황급히 창밖을 내다본다.119 구급차가 회사앞 도로에 멎고, 정차한 택시에서 한 할머니가 들것에 실린다. 손짓 발짓을 하는 것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위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이맘 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죽기 전 한번만이라도 집에 가고싶다고 떼를 썼다. 그래서 팔·다리에 줄을 주렁주렁 매단 채 하루 휴가를 얻어 앰뷸런스를 타고 집으로 오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반나절도 넘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는 바람에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때 앰뷸런스를 구할 수 없어 119에 전화했더니 5분여만에 사이렌이 아파트단지를 뒤흔들었다. 남녀 소방관은 이런 환자를 왜 집으로 모셔왔느냐는 책망 섞인 시선을 던지며 익숙한 솜씨로 어머니를 실었다.10여년 전 아내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의식이 가물거리는 가운데서도 구급차의 사이렌은 귓전에 뚜렷이 남았다고 했다. 그후 나는 사이렌만 들리면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그리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누군가를 떠올린다. 아내, 그리고 어머니를.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08-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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