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병준 인사 파문이 남긴 숙제들/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수정 2006-08-09 00:00
입력 2006-08-09 00:00
참여연대 정책자문부위원장
먼저 김 부총리는 각종 의혹이 어느 정도 해명이 됐다고 말했지만 매우 억울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참모 중 한 사람을 결정적인 흠으로 볼 수 없는 사안 때문에 떠나보내는 노 대통령의 심기도 불편할 것이다. 바닥에 가라앉은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고민하는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것이다. 한나라당도 속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드러난 소속 의원들의 무능함으로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이번 사태가 교육정책의 혼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내내 속을 태웠던 교육소비자(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아닐까.
김 부총리의 자진 사퇴는 도덕성 논란으로 교육부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되었고, 교육행정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했다. 그렇지만 제기된 문제들이 장관직을 물러나게 할 정도로 결정적 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도덕성 논란은 논문표절 의혹과 BK21 관련 논문실적 부풀리기가 핵심이었다.BK21 관련 논문실적 부풀리기는 실무자의 실수라고는 하지만 명백한 잘못이다.
그러나 제자논문을 베꼈다는 주장에는 의혹과 해명이 엇갈리고 있어 표절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자기가 쓴 논문을 여러 학술지에 중복해 실은 중복게재 문제는 별도의 연구업적으로 보고했다면 잘못이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을 연구업적으로 등록했다면 문제삼을 수 없다. 중복게재를 언론이 ‘자기표절’이라 부른 건 논문표절로 몰아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김 부총리 파문을 통해 학자 출신 공직자들의 논문이 공직 수행의 자격을 판가름하는 기준의 하나로 등장했다. 앞으로 논문 표절과 논문실적 등에 대한 검증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덕성 논란으로 물러나게 되면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고 국정공백이 발생한다. 이때 치러야 할 만만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김 부총리 파문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과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 절차에서 걸러지지 못한 채 임명된 직후 언론의 의혹 제기와 당사자의 해명, 사퇴 공방이 이어졌다. 이기준·이헌재 부총리 등 지난해의 고위공직자 인사파문도 거의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이런 제도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확대하고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가 다루지 않아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에 계류돼 있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인사검증에 대한 합리적인 사회적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가 아니라 인사검증 절차로서 제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nurisonh@naver.com
2006-08-0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