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美,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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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7-28 00:00
입력 2006-07-28 00:00
북한을 뺀 5개 6자회담 참가국과 캐나다 호주 말레이시아 등 8개국 외교장관들이 오늘 북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회동한다. 북한이 어제 조건없는 6자회담 참가를 거듭 거부한 직후 결정된 사항이다. 미국이 제안하고 중국이 동의했다는 점에서 대북 압박의 공조틀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미국의 본격적인 대북제재 착수를 앞두고 북 미사일 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은 셈이다.

북·미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8자회동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미간 직접 대화일 것이다. 두 나라 외교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이번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다. 북의 6자회담 복귀와 북·미 양자대화의 선후를 따질 일이 아니다.4년 전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ARF 회의장 옆방에서 비공식 접촉을 갖고 양국간 이견을 상당부분 해소했던 것처럼 얼마든지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나라는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대북제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청난 국제적 압박에 직면할 북한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북제재를 위해 경제적, 외교안보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미국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 및 중국과의 마찰을 무릅쓰고 추가 대북제재를 강행함으로써 6자회담 참가국간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은 미국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북한과 미국은 지금이라도 6자회담을 둘러싼 샅바싸움을 그만 끝내야 한다. 조건없이 만나야 한다. 대북제재로 인해 동북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지금의 신경전은 무의미하다. 대북제재는 미사일과 6자회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 먼 길을 돌아갈 이유가 없다. 북·미가 ARF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는 것이 현명한, 그리고 유일한 해법이다.

2006-07-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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