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해 복구 돕기는커녕 상처 주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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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7-22 00:00
입력 2006-07-22 00:00
전국을 휩쓴 수마 피해를 복구하느라 민·관·군 할 것 없이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는 이 시기에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치는 등 유흥을 즐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 지역구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들로 지난 20일 강원 정선의 모 골프장에서 사업가들과 어울려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제1야당의 간부들이, 그것도 당에서 골프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이같은 일을 벌였으니 입이 열 개라도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한나라당은 홍 위원장을 사퇴시키는 한편 강재섭 대표가 서둘러 나서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강도 높은 징계를 약속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처리할 것은 이 일만이 아니다. 같은 당 소속인 단양군수는 단양군 일대가 침수에서 막 벗어난 지난 18일 지역단체 회원들과 1·2차 술판을 벌여 노래까지 부르며 놀았고, 경기 안성시장은 집중 호우가 예상돼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 중인 지난 17일 본부장 업무를 방기하고 중국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처리도 국민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수재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더 있다. 복구에 앞서 주민 스스로 피해 정도를 입증하거나 조사단의 현장 확인을 거쳐야 제대로 지원·보상을 받을 수 있어 복구 작업을 지연시키는 현상도 수재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복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행정·재정적 지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해 피해 확산을 예방하고, 수재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원신청 절차가 까다로워 수재민의 고통을 배가한다니 될 말인가. 수해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의 눈에서 다시 눈물을 뽑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2006-07-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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