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오일과 미사일/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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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7-11 00:00
입력 2006-07-11 00:00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기나 시기 선택을 ‘오일 방정식’에 넣어 풀어 보면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동북아 구도를 넘어 남미 베네수엘라와 중동 이란의 이해관계를 변수에 포함시켜 보는 것이다. 우선 왜 했느냐에 대해 풀어 보자. 만일 “관심은 끌면서 매는 덜 맞는 방법”으로 인식했다면 그건 말이 된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것은 최근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는 곧 북한에 있을 것이고 조만간 이란에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북한으로서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끌어들임으로써 실보다 득이 많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우선 6자회담의 틀에서 반미 트라이앵글에 자신들의 문제를 올림으로써 미국의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역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미국의 압박을 분산시키고 연대세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북한과 베네수엘라, 이란 간의 삼각관계는 최근 빠르게 가까워지는 형국이다. 베네수엘라는 올 4월 북한에 첫 상주 대사를 파견했다.1974년 수교 이래 32년 만의 발전인 셈이다.2005년 9월에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으며 11월에는 북한 경제대표단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란에 사정거리 약 2500㎞의 BM-25 이동미사일 18기를 공급했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흘러나온다. 독일 슈피겔지는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한다면 이란이 무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매를 덜 맞는 방법 중에 차베스 대통령이 가져 올 오일 지원이라는 선물 꾸러미를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쿠바를 비롯해 중남미 국가들에 오일 지원이라는 카드로 위상을 높여온 차베스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아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7월25일로 예정된 차베스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목적이 최신형 수호이 전투기 도입이고 이것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면 극적인 효과를 더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발사 자제를 권고한 중국으로서도 미국과의 협력문제로 난감해진 문제를 베네수엘라가 악역을 맡아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극적인 효과는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전후하여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닥쳐올 경제 제재의 막힌 숨통을 덜어 줄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점 역시 고려했을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서방세계의 압박이 가시화되어 가는 시점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라는 틀 속에서 동북아에 머물러 있던 북한 문제를 남미와 중동으로 이어지는 트라이앵글의 하나로 끌어내려는 의도는 쉽게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파키스탄을 상하이 협력기구(SCO) 옵서버 국가로 받아 들였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아예 반미 연대의 강화라는 사실을 가장 강한 매개 고리로 강조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에너지협력이나 군사협력 강화를 통한 동맹강화의 차원일 수 있다. 그러나 외견상 아무 관련성이 없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도 따지고 들면 물고 물리는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란의 재래시장인 바자레에서 시장 상인들에게 어느 나라가 가장 믿음직한 동맹국이냐고 물었더니 상당수가 ‘베네수엘라’라는 대답을 했다. 오일과 반미감정의 결합이 가져다 준 결과다.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는 향후 전개 과정에 따라 남미와 중동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시화시킬 공산이 크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오일과 미사일이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2006-07-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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