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종자은행/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수정 2006-06-21 00:00
입력 2006-06-21 00:00
러시아의 과학자 빅토르 샤오는 ‘2004 MN4´라는 소행성이 2035년쯤 지구와 충돌할 것이며, 지구상의 생명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한 바 있다. 이 소행성의 지름은 약 320m이고, 지구 안쪽에서 323일 공전주기로 태양을 돌고 있다고 한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높은 날은 2035년 4월14일,2036년 4월13일,2037년 4월13일이란다. 그러나 충돌을 피할 방안이 있다니 천만다행이다. 소행성을 요격으로 부숴 버리거나, 강력한 충격을 가해서 궤도를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핵전쟁에 의한 지구와 인류의 파멸도 가능성 있는 얘기다. 핵보유국 중 어떤 나라가 무모하게 장난이라도 치면 전면적인 핵전쟁이 터질 수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이 만든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는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시계는 핵전쟁으로 인류가 사라지는 시점을 자정으로 표시한다. 분침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핵전쟁의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다. 제작 후 지난 60년 동안 자정 17분 전(1991년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상)과 2분 전(1953년 미국 수소폭탄 실험) 사이를 16차례나 왔다갔다하며 경고신호를 보냈다. 핵보유국들에 이성을 호소하는 데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인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대재앙은 닥칠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이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다.19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는 종자(種子)은행인 ‘스발바르 국제종자 저장고’를 착공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쌀 10만종, 바나나 1000종 등 200만종의 씨앗이 보관된다. 영구동토층에 첨단시설로 만들기 때문에 핵폭발이 있어도 씨앗을 끄덕없이 지켜낼 수 있단다.
지구가 망해서 단 몇사람이 살아 남더라도 그들을 위해 식량을 준비한다는 사업이라니 그 마음이 참 갸륵하다. 지구촌 식구들이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이처럼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인류의 복(福)인가 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6-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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