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리산 백리길/염주영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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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6-08 00:00
입력 2006-06-08 00:00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을까.’

새벽 3시, 경남 함양군 중산리 매표소앞.○○○산우회가 주관한 지리산 종주 등반대 80명의 회원들 틈에 끼어 산행을 시작했다. 세상은 아직 칠흑 같은 어둠이다. 대원들이 내뿜는 헤드랜턴 빛줄기만이 긴 뱀처럼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왕봉 일출 시간에 대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늦었다. 그래도 정상 조금 못미처 동쪽 암벽에 올라 일출 순간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하늘 한구석을 벌겋게 물들이며 커다란 불덩어리가 지평선 위로 솟구치는 동안 왠지 모르게 몇몇 얼굴들이 떠올랐다. 컷오프 지점인 벽소령. 오전 10시30분까지 도착해야 나머지 구간에 참가할 수 있는데 종료 5분을 남기고 가까스로 컷오프를 통과했다.

멀리 노고단이 보였다. 체력은 바닥나고 물 마실 기력도 없다. 등반대장이 일러준 수칙을 마음 속으로 외웠다.“종주에 성공하려면 엉덩이를 땅에 대지 말라.” 오후 6시 성삼재에 도착해 고통 속에 희열을 맛보았다.37㎞를 15시간만에 완주했다. 아! 지리산. 그 무변광대의 장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2006-06-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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