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휴가철 저가항공 탈만할까/윤창수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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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6-03 00:00
입력 2006-06-03 00:00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취미가 해외여행이란 초등학생들이 있고, 올 1·4분기 신용카드 해외 사용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선 만큼 올여름 비행기 승객 숫자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 휴가철 승객들은 ‘지옥 같은 비행’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올여름 비행기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붐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적자로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를 겪은 미국의 항공사 직원 숫자는 2002년보다 7만명 이상 줄었다. 이번 여름에 비행기를 이용할 승객 숫자는 2억 7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00만명 이상 늘 것으로 미국항공운송협회(ATA)는 내다봤다.

모든 항공사가 고유가에 따른 적자로 고전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 최초의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에서는 1971년 창립당시 입사해 이제는 백만장자가 된 직원들이 승무원으로 일하며 여전히 음료를 나르고 있다. 수익분배 프로그램에 따라 받은 자사주로 백만장자 대열에 오른 17명은 단지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아직도 즐겁게 승객들을 안내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올초 배럴당 20달러선에 항공유를 선물 계약해 고유가의 난(亂)도 피해갔다.

사우스웨스트 같은 저가항공이 올 휴가철 비행기 대란에서 한몫 톡톡히 할 것은 분명하다. 저가항공의 시장점유율은 세계적으로 14%대에 이른다. 북미, 유럽에서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아시아에서도 2002년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를 시작으로 저가항공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5일 제주항공이 첫 비행기를 띄우면서 본격적인 저가항공 시대가 개막된다.

국제 저가항공사는 국가적 진입장벽과 지리적 장애 때문에 한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저가항공사의 허브공항으로 자리잡은 방콕과 싱가포르에서 한국이 3000㎞이상 떨어져 중·소형 항공기가 뜨기 힘든 탓도 있다.



서유럽인들은 헝가리에서 치과치료를 받고 술값 부담없이 총각파티를 즐기려고 동유럽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 저가항공이 진정한 유럽통합을 이룬 것이다.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안전한 저가항공이 자리잡아 여름 휴가가 ‘비행 지옥’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윤창수 국제부 기자 geo@seoul.co.kr
2006-06-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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