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에너지전쟁 이제 시작이다/우득정 논설위원
수정 2006-05-09 00:00
입력 2006-05-09 00:00
2004년 말 현재 전세계 석유 확인매장량은 1조 1886억배럴, 미확인 매장량은 1조배럴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확인매장량의 61.7%가 중동지역이고, 지난해 전세계 1일 생산량 8026만배럴의 30.7%를 중동산유국이 공급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석유채굴 가능 연수는 전세계 평균 40.5년. 중동 81.6년, 중남미 40.9년, 아프리카 33.1년, 유럽 및 유라시아 21.6년, 아시아·오세아니아 14.2년, 북미 11.8년이다. 러시아가 자원 무기화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는 배경이나, 남미의 베네수엘라에 이어 볼리비아가 이달 초 석유와 천연가스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한 배경에는 매장 석유의 고갈시기와 함께 ‘에너지동맹’이라는 세계 질서 재편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주도의 에너지 수급질서에 동참하느냐, 아니냐로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석유매장량 세계 2위인 이란과 석유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그리고 베네수엘라, 유럽의 일부 국가들을 동맹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러시아·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중남미·아프리카에 이어 이번 주 아제르바이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산유국 중심으로 정상외교를 펼치는 것도 에너지 질서 재편과정에서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3.8년분의 사용량인 30억배럴의 대형 유전탐사권을 획득했다지만 중국이나 일본, 인도의 성과에 비해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호주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정경분리 원칙을 천명했다. 최근 미국과 안보동맹을 선언한 일본도 미국의 핵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의 석유자원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동물도 짝짓기 계절엔 피를 부른다. 에너지 짝짓기 시대에 피를 보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주머니를 최대한 부풀리는 길밖에 없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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