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생리휴가 당당하게 쓰려면/윤설영 사회부 기자
수정 2006-04-18 00:00
입력 2006-04-18 00:00
하지만 “여자에게 생리휴가를 준다면 남자에게는 몽정휴가를 달라.”는 식의 어이없는 글들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다. 불행히도 이런 인식들이 생리휴가에 대한 우리사회 인식의 ‘현주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생리휴가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 유명무실한 제도로 인해 기업들이 여성고용을 더 기피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용주 입장에서 같은 조건의 남자와 여자 중 누구를 뽑겠습니까?”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머릿속에 남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을지 모른다.
KTX 여승무원들은 제비뽑기를 해서 생리도 아닌 날 생리휴가를 받았다. 과연 사측이 생리휴가의 필요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더라면 이런 일을 강요할 수 있었을까. 그 바탕에는 여성들이 그냥 하루 놀고 싶어서 여성의 특수성을 앞세운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여성 스스로 과감하게 자신들을 변화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 생리휴가를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나의 업무를 대신해야 할 동료에게 미안해서”가 가장 많이 나왔다.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여성들끼리 서로 눈치 보느라 권리를 못 찾고 있는 것이다. 생리휴가를 안쓰고 일한다고 해서 여성들의 권익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쓰지 않으면 남들도 쓰지 못한다. 구성원간에 생리휴가를 권장하고 필요할 때 신청할 수 있도록 여성 스스로 나서야 한다. 개인의 노력이 하나하나 모일 때 전체 시스템의 변화라는 궁극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생리하는 주체’의 인식이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생리휴가는 여성들에게 계속해서 ‘족쇄’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윤설영 사회부 기자 snow0@seoul.co.kr
2006-04-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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