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王의 힘/한종태 논설위원
한종태 기자
수정 2006-04-07 00:00
입력 2006-04-07 00:00
물론 푸미폰 국왕도 국민들의 무한한 신뢰를 받게끔 행동해왔다. 오는 6월 재위 60주년을 맞는 그이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부정부패나 스캔들과 연관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왕뿐 아니라 왕실 가족 누구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하니 푸미폰 국왕의 높은 도덕성과 철저한 자기관리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 무엇보다 자신의 일가가 19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팔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탁신과는 크게 대비된다 하겠다.
국민을 끔찍이 생각하는 푸미폰 국왕의 ‘위민부모(爲民父母)’ 사례는 숱하게 많다고 한다. 왕궁에서 각계각층 국민들을 두루 만나 어려움을 청취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라에 가뭄이 들면 백성과 고통을 함께한다며 아예 식음까지 전폐한다고 하니, 한 나라의 군주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엄청난 부정부패로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지난날 절대권력자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힘깨나 쓴다는 인물치고 ‘내가 그런 도덕성을 가졌소.’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불행히도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브로커와 ‘게이트’가 난무하고 학연·지연과 같은 연줄이면 안 통하는 게 없는 사회….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스스로 모든 국민의 좌표가 될 만한 ‘큰 어른’을 모시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2006-04-07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