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 과실 경영진만 챙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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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3-14 00:00
입력 2006-03-14 00:00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중 주총을 개최했거나 계획을 밝힌 63개 상장사의 이사 1인당 평균 보수한도가 지난해보다 16.7%나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을 2.6% 올리되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체나 고임금의 대기업은 동결토록 사용자측에 권고했다. 환율 강세와 유가 급등, 노사관계 불안 등으로 저성장 함정에 빠져들 수 있는 만큼 당장의 성과배분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 경총의 임금인상 자제 논거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성장의 과실은 경영진이 챙기고 경영 위험비용은 근로자가 모두 전담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재계는 지금까지 국제경쟁력 약화나 반기업 정서 심화가 노조의 과도한 내몫 챙기기 때문인 양 매도해왔다. 비정규직의 차별 역시 정규직 노조의 양보 거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대주주 배당 또는 이사 보수한도 확대 등으로 자신들의 배부터 불린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반시장’‘반자본’이라는 용어를 동원하며 비난했다. 이러고도 어떻게 비상경영을 운운하며 근로자에게 임금 동결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기업 경영구조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카지노 경제’라는 항간의 지적에 대해 ‘아니다’라고 맞설 수 있겠는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풍조와 더불어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빈곤층은 급속히 확산돼 왔다. 대신 극소수의 가진 자들은 ‘파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당면 현안으로 대두된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다. 청와대가 올 들어 연속기획물로 연재하고 있는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에서 ‘비정한 사회’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도덕적 균형감각을 상실한 배분논리로는 사회통합은커녕 불안만 키울 뿐이다.

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외국계 펀드 아이칸측은 근거가 불충분한 이사의 보수한도 인상을 문제삼고 있다고 한다. 주주 이익보다 경영진의 배부터 불린 결과다. 경영진들은 늘린 보수한도로 내 주머니를 채우려다가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2006-03-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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