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꼭지점 댄스/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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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기자
수정 2006-03-04 00:00
입력 2006-03-04 00:00
온 나라가 춤 하나 때문에 난리다. 배우 김수로(33)씨가 만들었다는 ‘꼭지점댄스’가 지금 나이트클럽·댄스학원·군대·학교·경기장 가릴 것 없이 사람만 모였다 하면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다. 삼일절 기념행사장에서 만세삼창·애국가와 함께 어우러진 꼭지점댄스는 압권이었다. 같은날,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는 우리 축구대표팀과 앙골라의 시합에 앞서 월드컵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에 맞춰 1000여명의 꼭지점댄스 군무(群舞)가 펼쳐졌다. 정말 흥겹고 볼 만한 광경이었다.

꼭지점댄스가 급속히 확산된 데는 인터넷과 방송·신문 등 매스컴의 공이 컸다. 김수로씨는 13년전 대학시절 이 춤을 고안했다고 한다. 몇몇 친구끼리 미팅이나 학교 행사장에서 즐겼단다. 그런데 최근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시범을 보이는 통에 세간에 쫙 알려졌다.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데는 불과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니 그 폭발성을 짐작할 만하다. 여러 명이 피라미드 대열을 이룬 뒤, 맨앞(꼭지점)에 선 리더를 따라 흔들기·걷기·찍기·돌기 같은 서너 가지 단순동작을 반복하는 것이어서 누구나 한두 시간이면 배울 수 있단다. 무엇보다 경쾌한 리듬에 맞춰 남녀노소 모두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댄스의 기본이랄 수 있는 리듬·템포·미학(美學)도 완벽하게 갖췄다는 평가다.

꼭지점댄스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또 하나의 명물,‘코리아 브랜드’가 될 게 분명하다.2002서울월드컵 때의 국민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와는 너무 잘 어울려서 수준 높은 응원물결은 세계적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일부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꼭지점댄스를 공식 국민댄스로 채택하자고 한다. 참 좋은 생각이다. 국민의 마음을 손쉽게 한데 묶는 데는 노래와 춤만한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우리를 고무진신(鼓舞盡神) 민족이라 불렀다. 북치고, 춤추고, 노래부르며 화끈하게 일하고 노는 민족이란 얘기다. 중국이 우리를 얕잡아 본 측면도 있으나, 풍류를 안다는 게 그리 나쁘지는 않을 터이다. 사실 한국인은 신명이 힘의 원천 아닌가. 한·일월드컵 4강 신화도 따지고 보면 제 실력 이상을 발휘하게 한 신명과 투혼의 결과였다. 독일월드컵에서도 좋은 경기는 물론이고, 국민적 응원으로 ‘한마음 코리아’의 진가를 또 한번 세계에 보여주자.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3-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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