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임기말 시책 쏟아낸 자치長/김성곤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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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3-01 00:00
입력 2006-03-01 00:00
‘정부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은평뉴타운 대책 수립’ ‘정릉 아파트 분양에 강남 수요자 몰려 대혼잡(이상 2012년)’ ‘서울 대형공연장 200개 시대 도래(2015년)’ ‘서초 지하도시 준공(2012년)’ ‘강남 모노레일 시대 도래(2008년)’ ‘잠실에 112층 랜드마크빌딩 완공(2012년)’….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쯤 먼저 가본 서울의 모습이다. 그때 서울은 문화 선진도시가 돼있고, 강남·북간 불균형은 사라져 당국은 오히려 강북 집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 미래상은 최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 내놓은 시책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두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실현 가능한 것도 있고, 간절히 소망하는 것도 있다.

강남과 강북간 불균형의 해소나 문화수요의 충족 같은 정책은 얼마나 바람직한 것인가. 이를 해결하는 행정가가 있다면 두고두고 이름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너무 서둘렀거나 구체적인 실현방안 등을 갖추지 못한 장밋빛 일색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다 시기 또한 묘한 느낌이다. 오는 5월31일이면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차기 단체장들은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현직 단체장의 임기가 불과 4개월가량 남은 것이다.

그런데도 연일 굵굵직한 시책이 쏟아지고, 갑작스러운 정책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단체장의 임기초로 착각할 정도다. 서울시만 해도 열흘새 ‘U턴 프로젝트’ ‘서울 비전2015, 문화도시 서울’ 등의 초대형 정책이 발표됐다.

조만간 구로·금천·영등포·강서구 등 서남권지역 업그레이드 전략도 발표된다. 오비이락 격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이 임기내 착수하겠다고 누누이 언급한 랜드마크빌딩, 잠실 제2롯데월드도 최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자치구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구청장 사퇴를 불과 며칠 앞두고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은 모노레일 건설 방안을 밝혔다. 사업타당성 여부를 떠나 너무 서둘렀다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산하 공공투자지원센터인 피맥(PiMac)의 타당성 검토가 발표되기도 전에 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서초구가 뱅뱅사거리 지하에 연건평 20만평 규모의 지하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

이들 시책의 경우 시기뿐 아니라 내용에도 문제가 적잖다는 지적이다.

‘U턴 프로젝트’의 경우 뚝섬과 용산을 발전시켜 이를 은평뉴타운과 미아·정릉지구까지 연결시켜 발전시키고, 나아가 강남으로 몰렸던 주택수요를 강북지역으로 돌린다는 게 요체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발표한 내용을 종합한 것이었다. 브리핑 내용에 귀가 쫑긋할 새로운 것이 없다는 평가다.

단 구릉지와 역세권을 연계해 구릉지의 용적률을 역세권으로 이전하고, 여기서 얻어지는 이득을 균분한다는 ‘구릉지+역세권 연계개발’ 방안은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역시 너무 서둘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뚝섬과 용산을 축으로 한 강북발전 프로젝트는 내놨지만 투기대책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좀 늦춰서 제대로 된 안을 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었다.

이같은 정책발표는 비단 서울시나 자치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목하 중앙정부 역시 선거를 앞두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시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방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없지 않다. 새만금과 중국 칭다오를 해저로 연결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이런 섣부른 시책은 지금은 솔깃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지금 펼쳐 놓은 정책들이 후임 단체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한다. 자치단체장의 임기말에 다다른 지금, 마무리를 잘할 때이지 새로운 정책을 펼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후임에게도 일을 좀 남겨 주시면 어떨지….”

김성곤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sunggone@seoul.co.kr
2006-03-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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