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신년결심과 신년특별연설/임태순 논설위원
수정 2006-01-31 00:00
입력 2006-01-31 00:00
그러나 이들 상품은 장수상품이 되지 못하고 대부분 단명하고 만다. 정초를 맞아 굳게 먹었던 마음이 오래가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십상이기 때문이다.
신년 결심중엔 담배를 끊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담배인삼공사에 따르면 1월에 급감했던 담배판매량은 몇개월 지나면 다시 원상회복한다고 한다.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다잡는 것은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누구나 다 1년을 새로 시작하는 전환점에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 출발하려는 심리가 있다.
그러나 마음먹는 것과 행동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마음 먹은 대로 몸이 따라주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연초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신년특별연설을 했다. 매년 연두회견을 통해 국정운영방향을 밝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는 연두회견 형식으로는 언론에 기자문답 내용만 부각돼 정작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특별회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견의 요지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경제·사회부문의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갈수록 확대되는 상위층과 하위층의 소득격차를 예로 들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소득층과 소외층의 교육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평소의 노 대통령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재원확보 방안은 조세논쟁으로 이어질 텐데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별로 득될 것 없는 세금문제까지 과감히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재원확보 방안은 쟁점이 됐다. 무책임하게 어젠다만 던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에서 시작돼 적자재정 편성, 증세 등 논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재원논쟁은 지난 25일 신년기자회견에도 반영됐다.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방안이 조세논쟁으로 번진 것을 의식한 듯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면서 대신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과 예산효율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1주일전 예산절감으로는 재원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발언에서 물러선 것이다. 여당과 한배를 타고 있는 대통령으로선 5월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20대80 사회가 10대90 사회로 변할 만큼 상위층과 하위층의 소득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의료, 주거, 교육 등 그 격차는 삶의 질 부분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이 어렵게 말을 꺼낸 만큼 양극화해소 의지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5월 선거가 있어 부담스럽지만 세금도 손댈 것이 있으면 과감히 손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더더구나 증세, 감세 논쟁으로 희석돼서도 안 될 것이다. 언행이 일치하여 양극화 해소가 올 한해를 꿰뚫는 화두가 되기를 기대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06-01-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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