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양희은과 심수봉/이용원 논설위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용원 기자
수정 2005-12-15 00:00
입력 2005-12-15 00:00
‘아침 이슬’의 가수 양희은이 데뷔한 해는 1971년이었다.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서강대에 갓 입학한 19세 소녀는 곧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다.1960년대 말 태동한 청년문화는 가요계에 ‘포크’라는 새 장르를 선보이던 참이었다. 당시 가요는 트로트와, 미국의 영향을 받은 스탠더드 팝이 양분하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청바지가 딱 어울리는 소녀는 ‘아침 이슬’‘작은 연못’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서정성과 사회성이 짙은 노래를 맑고 고운 목소리로 사회에 퍼뜨린다. 그러나 75년 대마초 사건이 발생해 포크 계열 가수들이 대부분 퇴출당하고, 그녀의 음악적 동반자인 김민기마저 그 전해 강제입영되자 양희은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든다.

심수봉은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본선 무대에서 그녀는 피아노를 치며 ‘그때 그사람’을 열창한다. 하지만 대학가요제 팬들은 느닷없는 트로트의 등장에 어색해 할 뿐이었다. 이듬해 음반이 나오자 심수봉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영광은 길게 가지 않았다. 음반 출간 6개월만에 ‘박정희 암살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녀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진다. 이어 등장한 전두환정권은 ‘아무 이유없이’ 그녀에게 활동정지 명령을 내린다.‘심수봉 시대’는 갑작스레 막을 내렸다.

1970∼80년대 젊음을 보낸 ‘7080 세대’에게 양희은과 심수봉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름이다. 두 사람은 데뷔 과정부터 추구한 음악과 애호층에 이르기까지 상반된 이미지를 띠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둘 다 확고한 자기세계를 지닌 당대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취향에 상관없이 7080 세대에게는 잊히지 않는 존재로 남아 있다.

그 양희은과 심수봉이 오는 17일 합동무대인 ‘양·심 콘서트’를 연다. 양희은이 7년째 진행을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의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로서다. 양희은과 심수봉은 여느 가수는 겪지 않는 정치적 외압을 경험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가수로서의 좌절 끝에 개인적인 어려움에 길게 시달리기도 했다. 이제 50줄에 들어 한 무대에 서는 모습은, 동시대 사람들에게 오래 소식 끊긴 누이를 재회하는 듯한 반가움을 준다. 아마 그것은 역사가 주는 해피엔딩의 선물일 게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12-15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