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보 코리아 21’ 더이상 안된다/이덕환 서강대 교수 화학
수정 2005-10-21 00:00
입력 2005-10-21 00:00
우선 사업단의 선정 과정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정 과정에서 불거지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잡음은 교육부와 참여 대학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1단계 사업의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특혜 논란으로 당시 교육부 장관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이런 우려는 결코 공연한 것이 아니다.
교수의 숫자만으로 참여 자격을 제한함으로써 많은 대학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문제도 여전하다. 그동안 양보다 질을 추구해 온 대학이 마치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불이익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단순히 최소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리한 지역 균형 발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빠진 서울과 수도권의 중소 규모 대학들이 또 한번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전국의 대학 교수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었던 대학간 연합의 요구가 빠지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느닷없는 대학 내 ‘융합’ 요구로 ‘헤쳐 모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합리하고 무리한 이합집산 과정에서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서로에게 감정이 상한 교수들이 운영하는 학부와 소외된 기존의 대학원 과정은 정상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급조한 융합 과정의 성공도 불확실하다. 과연 우리 대학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학문간 융합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검토도 없었고, 설사 필요하다고 해도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일 수는 없다.
이번 사업의 추진 일정도 지나치게 빠듯하다.12월 말에 공고할 최종 사업 계획에 따라 내년 3월말까지 모든 사업단의 최종 선정을 끝내겠다고 한다.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대학은 미사여구로 가득한 부실 계획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설해야 하는 융합 과정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교육과정에서부터 모든 것을 몇 주만에 제대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대학원 과정이 세계적 수준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정말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의 혁신보다 더 시급한 것이 BK사업의 혁신이라고 한다. 교육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으로 전국의 모든 대학을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 탁상 행정으로 대학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바보 코리아(?)’사업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화학
2005-10-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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