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양성 돋보이는 새 대법관 추천
수정 2005-10-20 00:00
입력 2005-10-20 00:00
우리는 서열과 기수, 관행을 뛰어넘은 이번 대법관 추천이 사법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법무부장관의 국가보안법 사건 불구속 지휘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우리사회는 아직도 이념 면에서는 냉전식 좌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의 판례에만 안주해 온 대법원의 책임도 크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법의 울타리 밖에 내몰린 것도 판례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대법관 추천을 계기로 판례의 외연을 계속 넓혀나가되 ‘소리 없는 판결’의 중요성도 함께 존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오락가락하는 판결이 잘못된 판결보다 더 해악을 끼친다는 말이 있듯이 ‘튀는’ 판결이 대세가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예측 가능한 판결을 제1의 덕목으로 삼아온 기존의 사법 가치가 결코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야 국민의 사법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추천된 대법관들은 자신을 천거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대법원장은 내년에 있을 대법관 추천에서도 여성 법조인과 학계 인사를 대법원 진용에 추가하는 등 정책법원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가 되겠다고 한 이 대법원장의 약속을 지켜보겠다.
2005-10-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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