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괴하게 돌아가는 도청사건
수정 2005-08-24 00:00
입력 2005-08-24 00:00
김승규 국정원장의 발언도 잘못되기는 마찬가지다. 정권 차원이 아닌 실무선의 도청이라고 했다는데 수사도 하기 전에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 과거 정권의 일이라지만 엄연히 피의자 격인 국정원이 자신의 범법사실과 죄목을 이렇게 재단하고 설명하듯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 문제는 김 원장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 발표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반발하자 노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차원의 도청’으로 규정하며 그의 ‘결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검찰에 수사의 한계선을 그어준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전·현 정권간의 대립구도로 흐르는 점이 우려스럽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어제 김 전 대통령을 문병했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마당에 DJ 달래기식의 이런 행동들은 자제돼야 한다.
검찰 수사 또한 거듭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천용택 전 국정원장을 소환하는 등 불법도청에는 팔을 걷어붙이면서도 X파일의 내용은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전·현직 검찰간부 7명의 떡값 수수의혹까지 제기됐는데도 검찰은 정녕 독수독과론의 우산 밑에만 머물러 있을 것인가. 특별법이다 특검법이다 하며 부지하세월의 공방에만 빠져 있는 정치권이 그저 한심하고 딱할 뿐이다.
2005-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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