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닫힌’ 국세청/곽태헌 경제부 차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5-08-24 00:00
입력 2005-08-24 00:00
보통 기자들은 출입처의 연락망을 갖고 있다. 연락처를 알아야 제대로 취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락망도 해당 출입처의 내부 관계자들이 갖고 있는 것보다는 부실한 편이다.

기자는 지난 1993년 4월부터 국세청을 ‘1차’ 출입했다. 당시 추경석 청장의 경우는 사무실 전화번호만 있었을 뿐, 자택전화번호는 공란으로 돼 있었다(당시는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이다).

얼마 전부터 국세청을 다시 출입하면서 깜짝 놀랐다. 이제는 차관급인 국세청장은 물론,1급인 차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의 휴대전화번호도 공란으로 돼 있었다. 재정경제부는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휴대전화번호를 출입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다른 부처 장관들도 물론 마찬가지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파워맨인 비서실장의 휴대전화번호를 알고 있다. 심지어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연락처가 기재된 국회수첩을 공개적으로 판매까지 하고 있다.

오랜만에 국세청을 다시 출입하면서 또 놀란 점은 조사국 과장들의 명단은 아예 연락망에 없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조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민원인의 접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뜻이다. 하지만 조사국 과장들을 만나거나 연락할 생각이 있는 ‘영향력’이 있는 곳이라면, 연락처를 알아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오히려 힘이 없는 민원인만 정보를 알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은 변형된 형태의 ‘부익부 빈익빈’이 될 수 있다.

백보 양보를 해서 국세청의 이러한 행태를 조직의 특성으로 보고 이해한다고 하자. 그런데 국장급이나 과장급의 이력을 공개하지 않는 점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고, 감추고 싶은 게 그렇게 많은지…. 지난해 거둔 특정 세목(稅目)의 세수가 얼마인지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는 대목에 가면 말문이 막힐 정도다.

대부분의 국세청장은 취임할 때마다 ‘열린’ 세정(稅政)을 펼치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권위적인 조직문화와 불필요한 비밀주의는 여전한 것 같다.‘닫힌’ 국세청이 아닌 ‘열린’ 국세청을 보고 싶다.

곽태헌 경제부 차장 tiger@seoul.co.kr
2005-08-2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