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행정중심복합도시와 ‘新三京’/김두규 우석대 교수
수정 2005-08-15 00:00
입력 2005-08-15 00:00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적 방법이 천도론이었다. 묘청과 신돈의 서경천도론, 이성계의 계룡산 천도론, 광해군의 교하천도론, 정감록 등이 대표적인데 이때 지기쇠왕설(地氣衰旺說)로 천도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천도론의 대부분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좌절되고 만다. 지난해 위헌판결로 좌절된 ‘신행정수도’ 역시 그러한 역사적 맥락 속의 한 사건이었다.
권력과 부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완화해 보려는 다른 시도가 기득권 세력에 의해 행해지기도 했는데, 다름 아닌 삼경(三京)제도(고구려, 고려)와 오경(五京)제도(발해)였다. 이 역시 지기쇠왕설을 바탕으로 하여 왕이 각 궁을 돌아가며 머물렀는데, 요즈음의 ‘균형발전론’이나 ‘지역분권론’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이 점에서 보면 ‘행정중심복합도시’안은 천도론이나 도읍지를 나누는 ‘분경(分京)제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같은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더러는 통일 후 수도를 생각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통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만약 내일 모레라도 그렇게 된다면 통일 수도를 어디로 해야 할까. 필자는 ‘행정수도’론이 나오기 전부터 강의와 지면을 통해 통일 수도는 비무장지대가 마땅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행정수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줄기차게 반대하는 것을 보면서 그 역시 간단하지 않음을 깨달아 가고 있다. 통일 후 제3의 지역으로 수도를 옮긴다고 할 때 지금 하는 것으로 보아 서울시가 가장 강하게 반대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자존심 강한 평양 시민들 역시 평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평양을 모두 수도로 인정하는 분경(分京)제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2개의 수도가 중부와 북부에 있는 반면,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남부지방(충청, 경상, 전라)이 소외될 것이다.
남부지방에 제3의 분경(分京)을 두어야 균형이 잡힌다. 이른바 평양↔서울↔‘남부의 제3수도’로 이어지는 신삼경(新三京) 제도만이 통일 이후 우리나라 균형발전을 위한 축이 될 수 있다.
평양은 군사도시(혹은 관광도시), 서울은 금융도시(혹은 국제도시),‘남부의 분경(分京)’은 행정도시(혹은 문화도시)로서 저마다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른바 ‘새 삼경 제도’가 통일수도에 대한 최선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중중심복합도시 계획은 지역간의 균형발전론임과 동시에 통일을 대비하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
2005-08-15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