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국인의 얼굴/이용원 논설위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용원 기자
수정 2005-07-19 08:19
입력 2005-07-19 00:00
하나의 민족을 다른 민족과 구분 짓는 외형적 특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역시 얼굴이다. 뉴욕과 같은 국제도시에서도 한국인이 한국인을, 일본인이 일본인을 금세 알아보는 까닭은 얼굴 윤곽과 그 분위기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의 하나가 이화여대 성형외과의 박흥식 교수가 두어달전 공개한 ‘여성 한류스타의 국가별 인기 비결’이다. 박 교수가 ‘안면 윤곽 밸런스 각도 분석법’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김희선·이영애는 중국인이, 최지우·전지현은 일본인이 선호하는 얼굴 윤곽의 표준형과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이 특정 드라마·영화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함께 높은 인기를 얻었다가 일부 국가에서는 그 열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데는 얼굴형이 한몫을 단단히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민족을 구분 짓는 얼굴에는 윤곽 이상의 무엇이 있다. 민족의 삶을 집대성한 문화가 배어 있는 것이다. 예컨대 2000년전 고향을 떠난 유대인 가운데 대부분은 유럽 일대에 흩어져 살며 나름대로 정체성을 유지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세워 복귀한 그들은 백인으로서 외형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 정착한 일파는 지금 아프리카인과 거의 다름없는 모습에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남북한 간에도 동족의 얼굴이 이미 많이 달라졌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신문이 창간 101주년 기념으로 과거·현재·미래의 한국인을 대표하는 가상 얼굴을 탄생시켜 어제 신문에 실었다. 그 결과 나타난 100년전 얼굴이나 100년후 얼굴은 지금도 주위에서 자주 마주칠 듯한 모습들이다. 그러면서도 세 얼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적지 않은 변화가 느껴진다. 흔히 사람은 마흔살이 넘으면 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민족도 마찬가지이다.100년후 우리 후손이 세계인 속에서 개성적이면서 아름다운 얼굴로 인정받으려면 지금 우리부터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한국인의 얼굴은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7-1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