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정부, 고유가 ‘강 건너 불구경’/장세훈 경제부 기자
수정 2005-06-27 07:34
입력 2005-06-27 00:00
일부에서는 환율하락이 원유수입 부담 감소로 유가상승을 상쇄하는 만큼 고유가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3년 달러당 평균 1185원에서 지난 24일 현재 1012.50원으로 15%가량 떨어진 반면 두바이유는 지난 2003년 평균 26.8달러에서 24일 현재 53.26달러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정부는 고유가가 국내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도 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이용 효율화, 해외유전 개발 등 중장기대책 외에는 뾰족한 수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연계해 가전제품 코드뽑기 등 에너지 절약운동을 벌이고 공공기관이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하겠다는 정도다. 특히 승용차 10부제, 비축유 방출, 승강기 격층 운행, 백화점·할인점 등 다중이용시설 사용시간 제한 등 강제적 소비억제책은 석유 수급에 문제가 없는 이상 국민불편과 소비위축 등을 감안해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류세나 수입부과금 인하 등 추가적인 보조·지원정책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유류세를 ℓ당 10원 낮출 경우 기름값 인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수 감소효과는 6000억원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스스로의 행동 반경을 좁힐 만큼 여유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허겁지겁 ‘뒷북대책’을 내놓는 과거의 예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고유가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선 안 된다. 고유가 위기에 앞서 국민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제적 정책을 펴야 경기회복에도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불편도 반감할 수 있지 않을까.
장세훈 경제부 기자 shjang@seoul.co.kr
2005-06-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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